어느덧 금형설계를 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진급도 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갑작스럽게 선택한 '금형'이라는 업계에서 어느덧 30대를 맞이하니 인생이라는게 이렇게도 흘러가나 싶다.

 

내가 이런일을 할것이라는 것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금형의 '금'자도 몰랐던 내가..ㅋㅋ

 

각설하고 어찌되었건 20대 후반 나는 금형설계를 시작하고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야 뻔하고, 슬슬 이 회사라는 시스템에 불만을 느끼는 그 연차가 3~4년차라고 했던가,

 

금형설계라는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Q. 금형설계를 선택한 것. 후회하는 가?

 A. 후회하지 않는다. 20대 후반 부족한 스펙임에도 내가 뽑힐수 있었고 이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나는 감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은근히 금형설계는 재미있다. 내 손에서 '양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금형'이 존재하지 않으면, 제품은 그저 '아이디어'가 될 뿐이고 오로지 금형을 통해서 원가경쟁이 생기고 상품성이 생긴다고 느낀다. 

 

Q. 전망이 좋을까?

A. 사실 업계 전체적으로 좋지는 않다. '금형'은 제조업의 뿌리산업이라고도 불리는데, 알다시피 '제조업'타이틀을 개발도상국이 항상 치고 올라오고 세대교체가 되기 때문에 한국의 금형은 어쩌면 지는산업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이고 앞으로도 제조업이 어느정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중국같은 신흥국의 제조업들이 밀고들어오기 때문에 일본이 그러했듯 어느정도 일정비율의 시장은 빼앗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알짜기업에 들어가서 금형 기술을 전수 받는다면 두고두고 살아남을 순 있겠지만, 전망이 밝다고는 못하겠다.

 

Q. 사회초년생인데 금형설계를 할까?

A. 감히 누구 앞에 조언을 할 만큼 깊은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담가온 3년의 세월동안 느낀대로 말하면, 앞으로 세대는 금형을 하지 않는것이 좋다.(매우 개인적 생각)

 첫번째 이유는 금형을 다루는 회사는 대부분 회사 규모가 작다. 즉 대기업에서는 금형관련하여 채용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이직도 쉽진않다고 느낀다.

 두번째 이유는 금형을 다루는 회사의 소재지가 대부분 열악한 공단 근처에 위치해있다. 공단근처에서 방잡아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노라면 비록 월급을 잘 받더라도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 있어서 환경만큼 중요한게 없는데 공단에서 지내보지 않은사람은 이 암울한 분위기를 알기라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자녀만큼은 이 공단근처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느낌..

이 두번째 이유가 주요한데 젊고 취업에 목말라있을때는 전혀 여기까지 생각못한다. 그저 취업만 시켜준다면 어디든 가리..라는마인드.. 그리고 들어와서 개같이 후회한다.

 세번째 이유는 금형관련 회사들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 당연히 제조업은 신생 IT기업들이나 타 산업에 비해서 거칠고 연령대가 높다. 꼰대란 꼰대는 다 모아놓고 보수적인 분위기 또한 팽배하다. 

 

Q. 근데 필자는 왜 계속 금형설계함?

A. 20대 후반 입사해서 지금까지 3년 경력을 쌓았는데, 이제와서 새로운 필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게 쉽지가 않다. 지금 취준생도 고생인데 금형설계경력가지고 이직을 해봐야 어디를 간단말인가.. 물론 노력하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게 맞지만,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한계점은. '셀러리 맨은 결국 셀리러 맨이다'라는 것이다.

대기업가서 연봉 2천을 업그레이드 한다할지라도 내 삶에 큰 변화가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차 조금더 좋은 집 조금더 좋은 업무환경,...적다보니 좀 차이나긴한데 내가 다니는 직장도 중견이고 대기업 금형이 잘 없어서 가기도 힘들다. 그리고 우리회사도 나름 조건은 좋다.

 

각설하고 난 금형설계가 마음에 안든다고 뛰쳐나가기 전에, 나만의 무기를 발전시켜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내가 그 무기로 내 밥벌이를 할 수 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올 것이다. 금형설계자체가 싫지는 않다. 다만 회사생활이라는 이 수동적인 직업이 아닌 내가 주도를 해서 한다면 금형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하겠다

 

금형관련한 유입이 많아 오랜만에 글을 써봤는데, 다시한번 말하지만 난 금형이 싫기도하고 좋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기도하고 한편으로 한계도 많이 느낀다. (금형은 완제품업체의 하청이기 때문에...or 같은 회사에서도 을의 위치이기 때문에...)

 

앞으로 내 인생이 또 어떻게 흐를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던 금형설계라는 직무를 지금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선택이나 미래에 있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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